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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병에 허우적댈 여유 없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0.06.14   조회수 : 3569
무상급식은 1989년 시작됐다.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학교에서만큼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결식 아동의 생존권 문제였던 셈이다.

이런 철학이 바뀐 것은 10년 뒤인 1999년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로 확대됐다. 1997년 1만2000명이었던 무상급식 수혜자는 1999년 15만1000명으로 늘었다.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 무상급식은 계속 진화했다. 지난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73만명에 달한다. 웬만한 저소득층 가정은 모두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굶는 아이들이 없는데도 무상급식 아이디어가 6 · 2 지방선거를 뒤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눈칫밥'을 먹지 않게 하자는 호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 탓이다.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사실이 급우들에게 알려지면 창피하기 때문에 아예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하자는 주장이다.

이 논리가 통하면 그 다음엔 부녀자와 노인들이 느끼는 창피함이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건장한 청년과 중장년층이 느끼는 창피함 역시 없애야 한다. 복지 혜택을 받는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느끼게 되고,자신의 삶과 가정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식은 갈수록 희미해진다. 복지는 늘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확대재생산한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의
가장 큰 병폐는 개인의 책임의식과 자활의지를 갉아먹고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경향성이다. 복지는 시혜(施惠)가 아니라 시민이 당당하게 누리는 권리라는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급급한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 확대 주장에 편승한다. 이 때문에 복지와 관련된 예산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자기 책임감 상실이야말로 영국병(病) 독일병으로 불렸던 복지국가 병폐의 대표적 증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체제를 1940년대 후반 도입한 영국은 1970년대에 경제가 파산했다.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을 신청한 영국은 1979년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들어서면서 복지국가 개념을 폐기했다. 대처 총리는 "복지 수혜자들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국민을 자극해 자활의식을 되살렸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낸 독일 역시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집권한 1968년 이후 사회복지 제도를 대거 도입했으나 2000년대 들어 대수술에 들어갔다. "분배적 사회정책은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2003년 8월)한 사람은 다름아닌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였다. 그 역시 복지에 안주하려는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복지 수요가 그 자체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다. 더군다나 우리는 통일 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 무상급식이나 기초생활보장 급여,기초노령연금 등 각종복지혜택을 북한 주민에게도 동등하게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급격한 고도성장을 이뤄냈으나 그 역사는 선진국들에 비해 일천하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고 고령화와 통일에 대비하려면 경제의 기초체력을 더 키우고 국가경쟁력
을 더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책임의식과 자활의지,도전정신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야 한다. 복지병에 빠져 허우적거릴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현승윤
경제부장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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