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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보장시대를 넘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0.09.10   조회수 : 3624

보건복지부는 내년 최저생계비를 5.6% 올리기로 결정하였다. 날로 어려워지는 빈곤층의 삶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낮은 인상률을 비판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집권세력의 인기영합주의라며 과도한 인상에 반대하는 지적도 들린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이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의 경계선을 치는 일이기에 진지하게 짚어보아야 할 쟁점이다. 최저생계비를 더 올려야 한다는 쪽에서는 시민들의 상식적인 체험에 호소한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월 144만원인데, 이 돈으론 일터의 아빠는 3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들은 1년 동안 책 4권을 사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빈곤층이 몰려 있는 1~2인 가구는 사정이 더 어렵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53만원이면, 소득이 전혀 없는 홀몸노인은 정부로부터 44만원의 현금을 받게 된다. 다달이 집세로만 20만원 가까이 쓰는 분들이 많으니, 20만원 남짓한 돈으로 한 달을 견뎌야 한다.

최저생계비가 너무 올랐다는 주장 뒤에는 빈곤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마뜩잖게 보는 생각이 깔려 있다. 기초보장제도가 너무 비대해졌는데, 최저생계비가 자꾸 오른 탓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 후반 이후 10여년에 걸친 사회복지 확장기는 ‘기초보장시대’라 할 만하다. 다른 복지제도를 발전시키는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기초보장제도가 복지의 중심 구실을 하였다. 159만명으로 수급자도 늘고, 급여가 최저생계비를 따라 오르니, 중앙정부 지출이 7조원을 넘게 되었다. 보건복지부 예산의 3분의 1을 넘는 수치다. 지방정부가 보태는 돈까지 더하면 어림잡아 10조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에 육박한다. 재정지출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은 최저생계비 인상이 내키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빈곤한 이웃 모두가 행복을 나누는 데 필요하다면, 이 정도의 씀씀이가 도를 넘은 것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 옛날 모세는 유대 백성들에게 십일조를 내어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도록 설파하였다. 20세기 말 스웨덴에서는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빈곤층 지원에만 국내총생산의 4~5%를 쓴 사례도 있다. 21세기 우리의 기초보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빈곤층을 위한 기초보장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자신들의 어려운 구석을 살펴준다고 느끼는 중산층은 매우 적다. 이들의 복지소외감에는 그간의 복지 확장이 기초보장에 치우쳐 더 넓은 층의 국민들에게 온기를 퍼뜨리지 못한 점도 작용하였다. 살림살이가 나빠진 중산층을 실업과 질병, 노령과 장애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에서 진척이 더뎠다. 이들의 복지소외는 빈곤층 기초보장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도 우려할 일이다. 중산층은 납세 부담만 지고 빈곤층은 수급자로 고착된 사회에서 복지를 향한 연대는 어렵다.

중산층으로 지원을 늘리는 복지 전략이 시급하다. 이는 빈곤층에게도 이득이 된다. 가난에 빠지면 의지할 데가 기초보장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수급자와 비수급자의 생활수준에 큰 간격이 생기게 되고 수급에 대한 집착도 커진다.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복지지원이 1차 안전망의 몫을 제대로 한다면, 기초보장은 빈곤층에게 약간의 지원을 얹는 구실을 하는 걸로 충분하다. 가난에 빠진 이들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동안은 기초보장제도의 도움을 받고, 원기를 회복한 뒤에는 자기 발로 설 수 있는 기회까지 누리게 된다.

적절한 수준의 생계 보장 없이, 모든 시민들에게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간 우리는 최저생계비와 기초보장제도의 두 축으로 이러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였다. 이제 중산층을 포괄하는 복지제도를 통해 그 소중한 성과를 이어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를 확충해 기초보장제도를 ‘최후’의 안전망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낼 때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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