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NER ZONE
↑TOP

홈 아이콘>자료실>복지뉴스

복지뉴스

무료 경로식당 ‘문 닫을 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0.09.27   조회수 : 3659

ㆍ식재료비는 해마다 껑충껑충… 지원금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ㆍ정부 “지자체에 업무 이관” 지자체 “예산 없다” 모두 뒷짐



광주 서구 쌍촌종합사회복지관 소속 복지사와 조리사들은 요즘 퇴근시간이 따로 없다.

“날마다 백화점·마트 등의 농수산물 코너 폐점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죠. 팔다 남은 수산물이나 무, 배추 같은 것들을 싼값에 사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들은 폐점시간에 맞춰 하루 5~6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녀야 겨우 다음날 최소한의 식단을 꾸밀 수 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복지사와 조리사들의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상추값은 무려 3배나 올랐습니다. 배추와 무는 2배 올랐고, 2만4000원이던 황태(10마리)는 4만원씩이나 합니다.”

◇이웃 어르신들이 굶는다 = 이들이 요즘 발품을 팔며 마련하는 식재료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무료 경로식당’에 쓸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몸부림도 이제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식재료비는 매년 크게 오르는 반면 일선 지자체의 지원금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식 인원이 많아진 것도 문제다. 광주 쌍촌종합사회복지관이 무료 경로식당을 운영하면서 광주시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매달(23~24일분) 690만원. 이 지원금으로는 145명분의 점심을 차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180명분의 점심을 차리고 있다.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노인 10~20명이 들르고, 근처에 사는 장애인 20~30명도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에는 매달 30만~40만원, 올 들어서는 50만~60만원씩 모자란다. 윤보은 사회복지사는 “물가는 치솟고, 기부금도 몇 년 새 뚝 끊긴 데다, 점심을 챙겨드려야 하는 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 식단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재가노인지원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산시로부터 한 끼당 1900원, 70명분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주변에 굶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하루 80~100명분을 차리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는 급식일수가 지난해보다 49일이나 준 236일에 불과하다. 예산 지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황명구 소장은 “올해는 12월 초까지만 점심을 드릴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고민”이라면서 “점심 굶는 어르신들에게 큰 위안이 됐던 사회안전망 하나가 뚫려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전시내 27곳 무료 경로식당 지원 예산에 잡힌 이용자수는 2471명. 그러나 하루 평균 490명이 더 몰리고 있다. 박모씨(79·대전 유성구 신성동)는 “음식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사정이 이런데 급식비 지원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부산시만 지난해부터 지원금을 300원 올려 2300원을 주고 있을 뿐이다. 광주·인천·대전·울산 등 대부분의 지자체가 3~5년째 2000원 그대로다. 대구시는 1800원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다.

◇정부도, 지자체도 나몰라라 = 이런 현상은 지원 주체가 정부에서 일선 지자체로 넘어가면서부터 빚어지고 있다. 무료 경로식당은 2000년부터 정부가 직접 지원해왔다. 그러다 2005년부터 67개 사회복지사업 등 모두 149개 사업이 ‘분권교부세’ 지원 사업으로 포함되면서 일선 지자체로 넘어갔다. 분권교부세는 지역실정에 맞는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인·장애인·정신요양시설 운영 등을 지자체로 이관하면서 내국세 0.83%를 지방정부에 내려준 조세제도다. 하지만 정작 무료 경로식당 지원의 경우 정부는 업무를 이관했다는 이유로, 일선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면서 서로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원금은 턱없이 적은 가운데 급식인원이 갈수록 많아지자 ‘차선책’을 찾는 곳도 생겨났다. 경산시 노인종합복지관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만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노인들은 1000원짜리 식권을 구입해 식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루 급식인원 450명 가운데 70~80명만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경산시 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3000원이 지원되는 학교급식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서민 거주지역 어르신들 점심 문제를 이렇게 오랫동안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도 “매년 지원금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나 예산이 빠듯해 대안이 없다”면서 “학교급식비처럼 국가와 광역지자체가 좀 더 관심을 가지면, 3000원 인상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뉴스 배명재·최슬기 기자

이전글 [10.9.20~10.9.24] 사회복지주간정책동향 제 110호
다음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