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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가정 받아주는 보호시설은 전국에 1곳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0.10.01   조회수 : 3735
[남몰래 우는 싱글대디] <중> 갈 곳이 없어요
복지시설·종교재단, 母子 보호시설 운영에 집중
"싱글대디는 술마시면 과격" 우려도 꺼리는 이유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집에 쌀도 없었는데 3년 만에 빚 4,000만원도 다 갚고, 집 한 칸 마련할 돈도 조금 모았어요. 이제 여기 나가면 아들녀석이랑 열심히 살아봐야죠."

싱글대디 김성우(43ㆍ가명)씨는 외아들 현기(18ㆍ가명)와 국내 유일의 부자보호시설인 '아담채'(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다. 그의 시설입소 전 생활은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그는 1993년 이혼하고 당시 세 살이던 아들을 홀로 키웠다. 다행히 인천 연수구에서 작은 가게를 하던 터라 샐러리맨처럼 직장생활을 하는 여느 싱글대디보단 상대적으로 양육이 수월했다. 그러나 2005년 가게가 망하면서 하루하루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2년간을 지내야 했다. 월세를 못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던 반지하 방에서도 쫓겨날 판이었다.

"하루는 집에 왔는데 쌀이 한 톨도 없어 애가 쫄쫄 굶고 있었어요. 그때 문득 동사무소에 우리같은 이들이 퍼가도 되는 '사랑의 쌀독' 같은 게 있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났어요. 바로 동사무소로 갔죠. 그런데 쌀독이 없더라고요. 대신 직원이 여기를 소개시켜줬어요. 가뭄에 단비를 만난 거죠." 한끼 분의 쌀 대신 삶의 희망을 얻은 셈이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에겐 미안했지만, 집안 사정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2007년 10월 아담채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왔다. 곧바로 살림이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밥에 김치만 놓고 먹어도 한달 생활비가 90만원은 들었는데 집세랑 밥값, 전기 등 생활요금까지 모두 안내도 되니까 나름 돈이 모이더라고요."

그는 다음달 있을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그간 빚 갚을 생각에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이제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그는 "다음달이면 입소 3년을 채워 이곳을 떠난다"며 "예전에는 말도 잘 안하고 소심하던 아이가 여기서 만난 아이들과는 마음도 열고 밝아진 모습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고 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가 어렵사리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은 것도 이곳에서 누린 혜택을 세상에 알리고 비슷한 처지의 싱글대디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아담채에 입소한 싱글대디들은 모두 시설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부와 복지단체 등도 부자보호시설의 순기능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부자보호시설은 여전히 아담채 한 곳뿐이다. 반면 모자보호시설은 전국에 41곳이 있다. 저소득 부ㆍ모자가정 가구비율은 1대4 정도다.

부자보호시설을 늘리지 않는 건 관리의 어려움 탓이다. 실제 아담채에서는 일부 싱글대디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주방에서 칼을 가지고 나와 난동을 피우는 등의 사고가 최근 발생하기도 했다. 박은성 아담채 시설장은 "모든 사고가 술과 연관이 있었다"며 "평소에는 마음을 다잡고 생활하다가도 술이 한 잔 들어가면 과격해지는 싱글대디들의 통제가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남성들인지라 음주관련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대형복지법인과 종교재단은 부자보호시설 개소를 꺼리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향후 정부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시설장은 "전국에 하나 밖에 없다 보니 벤치마킹을 한다며 여태 수십 개 복지법인과 종교재단이 오고 갔지만, 아직 다른 곳에 유사한 시설이 생겼단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올해 종교법인과 사회사업자 등과 함께 부자보호시설을 운영하려 했으나 시설관리를 맡을 법인을 찾을 수 없어 포기했다"며 "현재 법인과 재단들이 모자보호시설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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