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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건강보험공단이 국민기본권 제한하려 하나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0.10.22   조회수 : 3767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이모씨(24·여)에게서 보험급여를 환수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다. 지난 9월 초 공단 직원이 “공단에서 병원에 지급한 보험급여를 당신이 물어낼 수도 있으니 사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촛불집회 참가 중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방패에 얼굴을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 절반이 깨지는 부상을 입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금액은 코 수술비용 200만원 중 60만원이었다. 공단이 보험급여의 부당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심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은 누가 보더라도 과잉 대응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공단이 이씨에게서 보험급여를 환수하려는 것은 ‘사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때는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강제진압에 나선 전경은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배상 책임이 없으니 이씨에게 사고 책임이 있는지를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6월 이 규정에 대해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이란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에 비춰볼 때 보험급여 제한 요건은 ‘보험사고가 가입자의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거나 주된 원인이 된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공단의 조치는 법적으로도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철회해야 마땅하다.

이씨가 사고 발생으로 치료를 받은 지 2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 공단이 보험지급의 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곽정숙 민노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단은 매월 집회·시위 과정에서 상해를 입은 보험가입자들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회해 경위서를 제출토록 통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의 경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단이 2007년 7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보험급여 환수를 통보한 집회 참가자는 36명이고, 이 가운데 13명으로부터 모두 490여만원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이씨의 사례에 비춰 이들 중에도 억울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공단은 보험급여를 환수하거나 제한할 때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집회에 참가했다가 공권력에 의해 다친 사람에게까지 범죄행위 운운하며 보험급여를 환수하려 한다면 집회결사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민 건강을 살펴야 할 공단이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을 억압하는 데 앞장선다는 지적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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