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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하루" 밀착 취재---(인천 주민자치센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3.02.28   조회수 : 1449
‘사회복지사의 하루’ 기자가 따라가보니… ‘심신 탈진’

ㆍ복지 문의전화 쇄도, 서류는 산더미, 분주한 현장방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27일 주민자치센터에서 사회복지 공무원들과 하루 일과를 함께하며 그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이날 오후 2시쯤 인천의 한 주민센터. 12년째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모씨(38·여·7급) 앞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60대 노인이 “무릎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했는데 간병해줄 사람이 없다.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관련 규정을 확인한 뒤 “인공관절 지원은 수술 3개월 뒤 신청 가능하세요”라고 설명했다. 통화를 마친 뒤 상담내용을 사회복지통합망 사이트에 기록해야 하지만 주민센터에 직접 찾아와 기다리는 주민들을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미룰 수밖에 없었다.

경향신문 곽희양 기자(왼쪽)와 사회복지사 홍모씨가 27일 오후 인천 계양구 용종동의 기초생활수급자 김모씨를 찾아가 안부를 묻고 있다. | 박민규 기자


▲ 2명이 기초수급자·장애인 등 2천여명 담당
“사회복지사 수 안 늘면 복지확대는 불가능”


한부모가족 지원을 신청하러 온 주민은 이미 초·중·고 학생 교육비 지원을 한 상태였다. 이씨는 “중복지원은 안돼요. 일단 신청서를 작성해두시고 교육비 지원에서 탈락하시면 지원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신청서와 지출실태조사서 등 관련 서류의 항목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서류 작성을 도왔다.

주민이 서류를 작성하던 중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임대주택 지원제도에 대한 문의전화다. 15분간의 상담전화를 끝낸 뒤 다시 다른 주민에게 노인복지 서비스, 희망키움통장 등에 대한 안내를 해줬다.

30분 동안 이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2명이 방문과 전화로 응대한 주민은 15명. 7년차 사회복지사 홍모씨(33·8급)는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날”이라고 말했다.

아직 전산 입력을 하지 못한 서류가 110여장이지만 작업은 퇴근 뒤나 주말로 미룰 수밖에 없다. 밀린 일을 하기 위해 홍씨는 일주일에 네 번꼴로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이씨는 매일 한두 시간씩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나왔다.

이어 기자는 홍씨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 현장방문을 나갔다. 차량으로 10여분간 이동해 창고를 개량해 혼자 사는 김모 할머니(80) 집에 도착했다. 김 할머니가 언제 병원에 다녀왔는지, 약은 며칠분이나 남았는지를 묻고 통장 잔액과 보일러 기름을 확인했다. 집주인을 만나 김 할머니의 최근 사정에 대해 묻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홍씨는 “지난달에 김 할머니가 TV가 안 나온다고 해 방문했더니, 리모컨 버튼이 잘못 눌러져 있었다”면서 “우리에겐 사소한 일도 김 할머니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 2명이 돌봐야 하는 기초수급자는 529가구, 904명이다. 규정상 김 할머니처럼 홀로 사는 수급자 236명은 월 1회 이상 방문 또는 전화로 안부를 확인해야 한다. 6개월에 1회 이상, 4개월에 1회 이상 방문해야 하는 수급자는 각각 30여가구이고, 나머지 230여가구는 1년에 1회 이상 방문해야 한다. 이씨는 “수급자가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집에서 발견됐다는 등의 뉴스가 나오면 책임은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에게 돌아간다”며 “그저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 현장방문을 다녀온 사이 구청에서 두 개의 공문이 내려왔다. 매달 5일 수급자 현장방문 결과를 보고할 것과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다음달 29일까지 마쳐달라는 내용이다.

한부모가족 214가구(579명), 장애인연금 수급대상 182가구(185명), 차상위계층 324가구(465명)에 대한 지원도 이들 몫이다. 홍씨는 “사회복지사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복지제도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만난 사회복지 업무 담당 서모씨(35·8급)도 주민들에게 서류를 안내하고 신청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씨는 “요즘은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최근 보육비와 양육수당 신청이 확대되면서 오후 6시 주민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상담과 안내, 서류 접수에 하루가 다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동안 교육청에서 담당하던 초·중·고교 저소득층 학생 교육비 신청 업무가 올해부터 주민센터로 넘어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신규 직원이 배치됐지만 교육을 받느라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업무를 혼자 담당하고 있는 서씨는 “내가 없으면 동료 직원이 대신 업무를 할 수 없는 데다 사정이 급한 민원인들이 기다려야 돼서 한시도 자리를 못 비운다”고 말했다. 서씨는 3월1일부터 3일까지의 공휴일에도 주민센터에 나와 밀린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6시 동료 직원들은 서서히 퇴근 준비를 했지만 서씨는 미뤄놨던 전산 입력 업무를 시작했다. 다른 동료들이 도와주고 싶어도 전산 입력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서씨한테만 있어 할 수 없다. 이날도 서씨는 밤 11시를 훌쩍 넘겨 퇴근했다.

서씨의 업무는 노인과 장애인, 아동 및 영·유아, 청소년 관련 업무 등 거의 모든 세대와 기초생활수급자 및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 등을 돌보는 것이다. 사회복지 정책이 확충되면서 각종 복지사업의 규정과 행정 업무 등이 세분화되고 복잡해져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일은 더욱 많아졌다.

주민들의 사회복지 관련 불만도 커져 담당 공무원들의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서씨는 “지난해 4월 한 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사무실에서 30대 민원인이 흉기를 휘둘러 사회복지 7급 공무원이 손과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모두 기자에게 ‘깔때기 이론’을 아느냐고 물었다. 서씨는 “각종 선거 때 복지공약이 나오고, 전시행정까지 겹쳐지면서 사회복지 정책이 난무한다”며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깔때기처럼 마지막은 주민자치센터 직원 한 명이 모든 업무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곽희양·경태영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입력 : 2013-02-27 22:32:13수정 : 2013-02-28 0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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